또 다시 봄이오고 겨우 한 해 지났을 뿐인데
처음 본 이처럼 너는 내게 차가우나
내 눈은 너를 기억하니 애처롭기 짝이 없구나
꽃은 다시 피고 산도 옷을 입었지만
내 가슴은 벌거숭이 술잔 앞에 놓고 또 한숨이
꺾지 못한 꽃 한송이 가끔은 후회되 너를 찾았지만
화사함은 온데 간데 없고 시든 꽃 한송이만이 내게

 

2004.?.?

:

난 가끔 생각하곤 해 삶과 죽음
멀고도 가까운 이 이분법의 축은
희망 그리고 절망으로 나뉘어져
또 시작과 끝으로 비유되는 먼 여행
내 삶은 ing 계속 진행되는 고뇌를 아는지
도무지 개척의 길이 보이지 않는 황무지
와 같은 나에게 주어진 작은땅 위에 누워 생각
또 생각만을 해
나에게 던지는 수많은 물음표
마치 가려운 곳을 긁어주듯
시원한 답은 나오지 않고
두려운 상상은 끝없이 계속되
그 가운데
깨달은 작은 사실 하나
죽음은 무와 같단 거야
아무 생각
들을수도 볼수도 없는 무의 세계란 말야
그래도 뭔가 석연찮은 육체와 영혼의 소멸
그 끝없는 난제
그속에서 나는
아 답답해
이 모든 생각을 보류해
내 정신은 이미 옛날에 죽어버렸어
혼자힘으로 나올수 없는 이 까마득함에서
날 부활시켜줘

2004.? ?

:

자부심

글 허세 2014. 2. 20. 18:59 |
언제부턴가 이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라는게 없어졌다.
외국인을 만날 기회도 없지만, 설령 만난다 해도 나의 국적을 자신있게 말할 수 없을 것만 같다.
부끄럽다. 부끄러워서 말할 수 없을 것만 같다.
러시아 시인 네크라소프가 한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는 말.
부끄러운 이유는 아마 '슬픔도, 노여움도' 사라져버렸기 때문인 것 같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슬픔과 노여움이라는 것은 무언가 소중히 여기는 것이 훼손됨으로써 느끼는 반작용일 게다.
복구가 가능할까?
더 이상 훼손될 가치가 남아 있는가?
 

 

:

내 장례식장에는 누가 올까
자기 전에 가끔 하는 상상
나는 항상 궁금해
한살 두살 먹을때 마다 점차 줄어드는 여생의 모래알

 

 

:

영화 J.F.K

글 허세 2013. 12. 5. 15:45 |

 "나만 살자고 모른 척하면 우리 애들은 개같은 세상에 살게 돼.
우리 애들이 그런 세상에 살게 된다면 당신이나 나나 인생 헛살은 거야"

 
 만일 정부가 국민을 속인다면 그건 굉장히 위험한 나라가 되는 겁니다.
 그 나라엔 진실도 없고 미래도 없습니다.

 정부가 진실을 죽였다면, 국민이 정부를 믿을수 없다면
 그건 이미 내 조국이 아닙니다.

 가끔 진실이 개인의 안위에 위협이 될 때도 있지만,
 국민 개개인은 그 커다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권력에 맞서야 합니다.
 그것이 참된 민주주의니까요.

 저항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비겁한 죄악입니다.
 
 -영화 J.F.K (1991)

:

유토피아

글 허세 2013. 12. 1. 22:31 |

마라톤에서 신기록을 세우고 1등을 하기보다,

꼴찌가 되더라도 뒤쳐진 사람들과 함께 완주하는 것

실패한 사람에게도 기회가 있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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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일을 짓밟는 것을 보거든 정의를 생각하고,

 

위기에 있는 사람을 보거든 구해줄 마음을 가져라.

 

그리고 나라가 위태로울 때는 목숨을 던져 나라를 바로잡는데 힘쓰는 사람이 되라.

 

-안중근 (1879~1919)

:

유시민, 2011.10.22 서울시장 보궐선거 박원순 후보 지지 연설 중

 

 

 

:

한용운 님의 침묵

글 허세 2013. 8. 10. 13:19 |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

너희를 경멸한다

글 허세 2013. 8. 10. 13:14 |

어떤 사람(혹은 세력)에게나 경쟁 상대(혹은 적)가 있다. 그리고 경쟁하다 보면 상대에게 품게 되는 감정이 있다. 아주 가끔씩은 좋아하고 경탄할 수밖에 없는 훌륭한 상대도 있다. 가장 불행한 경쟁은 상대방을 경멸하게 되는 경우다.

최근 국정원의 노무현-김정일 대화록 유출과 이와 관련된 새누리당, 그리고 이른바 ‘애국 논객’들의 행태를 보면,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저열한 형태의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국정원은 노무현-김정일 대화록을 어떻게든 유출시키려고 발버둥치는 가운데 속내를 너무 드러내버렸다. 그 속내는 어떻게든 시민들에게 ‘노무현이 NLL을 포기했다’는 거짓 사실을 믿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대화록 발췌문에, “(김정일) 위원장, 나는”이라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위원장님, 저는”으로 고치는 아주 유치한 장난까지 쳤다.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될 발언들(“NLL 가지고 이걸 바꾼다 어쩐다가 아니고…”)은 과감하게 빼버렸다.
전문이 나온 뒤 밝혀진 사실은, 노 전 대통령이 “포기”라는 용어를 쓴 적이 없다는 것이다. “바꾸자”라는 발언은 있었다. 이 모호한 용어를 “포기”로 만들어보려고 국정원·새누리당·‘애국 논객’들은 언어를 가지고 놀고 있다.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북한 김계관 부상의 ‘보고를 받아’ 감사하다고 한 말을, 김정일 위원장에게 “보고드린다”라고 한 것으로 바꿔친 뒤 “내 말이 조금이라도 과장됐다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라고 큰소리를 쳤다. 

솔직히 말하겠다. 관전자인 기자일 뿐이지만, 나는 너희들을 경멸한다. 전체적 맥락을 보면 너무나 뻔한 진실을 가리기 위해, 발언 중 일부를 뚝 잘라내 세상에 흔들어대며 험하고 단정적인 말로 선동한다. 너희들은 광주민주화운동에서 북한군이 활동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너희들은 대한민국 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나라를 헌납하려 했기를 열망하고 있다. 이미 지옥이 너희들 머리 안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발 빠른 복지정책 입안과 단아한 이미지, 경제민주화 수용 등으로 정치적 적들에게마저 잔잔한 공포와 경탄을 자아냈다. 그녀가 최근 사태로 인해 우리 인구의 상당수에게 경멸의 대상으로 떠오르는, 국가적인 불행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박 대통령의 부친은 적어도 공포와 함께 경탄을 느끼게 하는 사람이었다.

시사인 이종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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